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및 민간 가이드라인 노무법인상생 이상희노무사 1. 시작하며 오랜시간 토론과 논의를 거쳐 마련된 비정규직 보호법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고용환경 개선과 사회양극화 해소라는 본래의 기대와는 다르게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은 600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비정규직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비정규직은 고용이 불안정하고 월평균 급여가 정규직 근로자의 60%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확산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해결책 마련이 우리 사회의 절실한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2011년 11월 28일 정부와 한나라당은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하여 비정규직의 고용환경개선을 추진하고 민간부문을 선도한다는 차원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34만 1천명 가운데 2년 이상 근무한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 9만 7천여명을 내년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발표했다(이는 지난 9월 9일 발표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 공공부문에 적용될 대책을 추가하여 마련한 것임). 또한 민간부문에서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서 복리후생적 금품과 상여금, 편의시설 이용, 직업능력개발 등에 있어 정규직과 동일한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개선 가이드라인」이 제정되었다. 이하에서는 정부의 금번 대책과 가이드라인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에 나선 정부의 정책이 시사하는 바를 살펴보고자 한다. 2.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 공공부문의 경우 행정수요가 증가하고 효율적인 예산 및 인력운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있어 비정규직 활용이 불가피하다. 그간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시행 등으로 비정규직 활용 관행이 일정 부분 개선되고 있으나 처우수준의 미흡 등 불합리한 관행 또한 상존하고 있고, 특히 청소 등 단순업무 외주시 근로조건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아직까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당정은 다음과 같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고용개선을 위한 추가대책을 마련하였다. (1) 합리적 고용관행 정착 가. 상시·지속적 업무 종사자의 원칙적 무기계약직 전환·채용 공공기관에서 2년 이상 계속되고 향후에도 지속되는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정한 직무분석·평가 기준에 따라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한바, 이는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도모하려는 조치라 볼 수 있다. 나. 비정규직 근무경력 인정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정규직으로 고용될 경우 비정규직 근무경력이 호봉 산정 시 반영되도록 하여 처우가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하였고, 이를 위해 공무원 보수규정 및 공공기관별 인사규정 등을 이에 맞추어 개정하도록 조치하였다. 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고용개선을 위한 전문 컨설팅 제공 고용노동부는 노사발전재단 등 전문기관을 활용하여 각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합리적인 직무․성과급제 도입 등 비정규직 인사관리 개선을 위한 제도 설계 및 자문을 제공하기로 한바, 이는 비정규직 고용개선 제도가 효과적으로 정착·시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라 하겠다. 라. 차별시정 관계부처의 합동 점검 고용노동부 및 차별시정 관계부처는 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임금․복리후생 등 근로조건 전반에 대한 차별여부를 점검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근로감독관에게 차별시정 지도․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관련법률을 국회에 상정키로 한바, 이는 동 대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라 하겠다. (2) 복지확충 및 처우개선 가. 맞춤형 복지 및 상여금 지급 확대 내년부터는 각 기관에서 1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에게도 복지포인트(약 30만원 수준) 및 명절휴가비 등의 상여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1년 미만자의 경우에는 기관별로 근무기간, 직무특성 등을 고려하여 차등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활용한 복리후생 확충 공공기관의 사내근로복지기금 수혜대상에서 기간제 근로자 등을 차별시 시정조치를 명하기로 하고, 파견․용역․사내하도급 근로자 등을 포함한 비정규직에 대한 복리후생 등의 개선실적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우대하여 반영하기로 한바, 이는 비정규직에 대한 복리후생 확대를 제도적 차원에서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다. 학교종사자 등의 처우개선 학교종사자의 경우 시․도 교육청협의회를 구성․운영하여 불합리한 근로조건 차이를 해소하도록 하고 각종 수당을 신규 지급하도록 하며, 학생수 감소 등으로 감원시 타 학교 전보를 통해 고용안정을 제고하도록 하였다. 이는 교육현장의 비정규직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교육주체이기도 한 학교종사자들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을 통해 교육환경을 개선 시키기 위한 조치에 해당한다. 또한 우편물구분원의 경우 맞춤형 복지 및 상여금을 지급하고, 작업복 및 안전화를 지급하는 등 처우를 개선하여 사기를 진작시키고 공공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3) 청소용역 등 외주근로자 근로조건 개선 가. 청소․경비 등 단순업무 외주시 근로자 보호지침 마련 청소용역 등 외주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공공부문 전체에 적용되는 규정을 마련하여 ①용역업체 ‘적격심사’시 용역근로자 보호 관련 사항에 대한 심사 강화 예정가격산정시 적용노임에 낙찰률을 곱한 수준 이상의 임금 지급, 4대보험 적용, 포괄적 재하청 금지, 노동법 준수 확약서 제출 , ②계약 체결시 용역근로자 보호 관련 사항 명시 용역업체 교체시 원칙적으로 고용승계, 용역근로자 보호 관련 사항 위반시 계약해지 가능, 계약내용 공개(노무비 산출내역 포함), 분기별 임금지급명세 제출 등 , ③발주기관에게 계약내용 공개의무 부여, ④용역업체의 용역근로자 보호 관련 사항에 대한 준수여부 확인 및 위반시 계약해지 등의 사후관리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되도록 하였다. 나. 청소용역의 직영 전환 또는 사회적기업에 위탁시 지원 청소용역 외주를 직영으로 전환하거나 사회적기업에 위탁시 근로조건 개선 및 경영효율화를 위하여 민간전문가 경영 컨설팅을 지원하고, 사회적기업에 위탁을 확대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예산을 우대하여 지원하기로 한바, 이는 외주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한 발 나아간 조치라 볼 수 있다. 다. 용역업체 근로조건 준수에 대한 근로감독 강화 용역업체의 ①노동법 준수여부, ②서면 근로계약서 교부, ③계약에 따른 임금 지급 등을 점검하여 위반사항에 대해 시정조치 하도록 함으로써,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어 왔던 외주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4) 비정규직 고용개선 관리 및 평가 체계 구축 비정규직의 고용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체 공공부문에 비정규직 고용형태별 고용인원 및 변화 등을 공시하도록 하고, 매년 비정규직 현황과 근로조건 실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하여 기관별 개선상황을 분석․평가함으로써, 공공부분의 비정규직 사용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비정규직의 고용과 근로조건의 개선이 상시적·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3.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개선 가이드라인 고용형태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을 방지하기 위하여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차별시정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 중이나, 법률상 차별시정제도는 동일 사업장 내 동일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가 있어야만 차별인지 아닌지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제도 개선과 병행하여 노사의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사용자와 근로자대표 등이 양보와 협력을 토대로 준수하거나 노력해야 할 사항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으며, 이번 가이드라인은 비교할 수 있는 근로자가 있건 없건 동일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최소한 제공되어야 하는 복지수준을 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 복리후생적 금품 및 상여금 등에 있어서의 불합리한 차별 개선 사용자에게 ①복리후생적 현물급여(근무복, 명절선물 등) 및 금품(식대, 경조사비 등) 지급, ②구내식당, 통근버스, 보육시설 등의 편의시설 이용, ③명절휴가 등 법정휴가 이외의 휴가 사용, ④상여금 지급에 있어서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 의무를 부과한바, 이는 비정규직 차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여 실질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복지 확충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단, 파견근로자의 경우 파견사업주가 사용사업주와 협의하여 파견계약 등을 통하여 파견근로자가 배려될 수 있게 노력하도록 규정함). (2) 고용에 있어서 비정규직 배려 사용자는 비정규직에게 직업훈련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하여 정규직과 동일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하여 능력개발 기회의 공평성을 제고하고, 정규직 채용과 관련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는 한편 비정규직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함으로써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도록 하였다. (3) 고충 처리 및 불이익 처우 금지 사용자 및 근로자대표 등은 근로자가 차별 관련 고충을 제기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여 고충을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한편, 근로자가 차별과 관련하여 고충 또는 이의를 제기한 것을 이유로 사용자가 당해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여 차별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4) 차별해소를 위한 노사협의 사용자와 근로자대표 등은 단체교섭 및 노사협의회 등에서 근로자간 차별 해소 및 근로조건 격차 완화 방안을 협의·강구하도록 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의견개진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노사 간의 의견 교환을 통한 자율적 차별 개선 관행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노사가 사회적 책임을 토대로 상생·협력하는 문화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4. 마치며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직 지원 정책에 대해 노․사․정은 각기 논평을 통해 다른 입장을 표시하였다. 정부는 “무기계약직은 사실상 정규직으로 고용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비정규직 차별개선 가이드라인은 최소한 복지수준을 정해 근로환경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 반면, 경영계는 “정규직에 대한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은 오히려 고용 경직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반발하였고, 노동계는 “이번 대책은 법적인 강제 조치가 미진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으며, 당정이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일회성 대책을 발표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금번 대책 및 가이드라인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전반적으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엿볼 수 있으나 주요 내용이 비정규직 보호법안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내용을 재확인 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고, 늘어나고 있는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며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하겠다. 특히 민간 부문의 경우 가이드라인으로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으므로 실천을 담보할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본다.